한림병원

의료계·시민단체·정부 간 대화 창구 필요

지난 14일 국립중앙의료원 9층 대강당에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행사를 주관한 복건복지부는 이날 공청회가 법률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라고 밝혔으나,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 전국의사총연합회 간에는 각자의 견해차가 매우 컸다.

개정(안)에는 응급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진료과목별 전문의 또는 3년 차 이상의 레지던트를 응급실 당직의사로 둘 것과 ▲내과·외과·흉부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및 마취통증의학과 등에서 각 1인 이상이 전문의가 당직자로 근무할 것 ▲레지던트일 경우 연간 당직일수의 1/3을 초과하지 않을 것 ▲당직 전문의 등의 명단을 응급실 내부 및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시할 것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이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은 거셌다.
전문의나 전공의가 당직자로 근무를 할 경우, 당직을 서고 다음날 진료를 볼 때에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경문배 정책이사는 “환자들이 밤에 충분한 휴식을 취한 의사와 당직을 서고 낮까지 진료를 보는 의사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를 되물었다. 또, “전공의는 수술실, 중환자실, 입원실 등 주당 100시간의 근무를 선다”면서 “응급센터 당직까지 선다면 현재 전공의 교육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늘어난 업무 부담으로 의료사고의 위험까지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학회 김재중 수련교육이사도 “이번 개정안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든다”라며 개정(안)의 효율성에 대해 지적했다.

병원협회 정책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인천 한림병원 정영호 병원장 역시 개정(안)에 대한 미비한 부분을 꼬집으며, "응급센터는 만성적 적자 구조로 당직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하면 외래 보는 전문의들이 당직을 설 수밖에 없는데, 밤 근무를 한 사람에게 다음날 외래진료를 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ON CALL(비상호출)체계를 통한 현재의 진료체계 유지 ▲레지던트 3년 차 규정 및 레지던트 당직일수 제한 1/3 신설 규정 삭제 ▲당직 전문의 필수 진료과인 산부인과 및 소아청소년과 삭제 ▲지역응급의료기관 당직전문의 1명으로 조정 ▲당직전문의 명단 홈페이지 게시 삭제 등 병원에서 운영될 수 있는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인천 한림병원은 현재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병원으로 7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으며, 7년 연속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판정을 받은 바 있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건강세상네트워크, 한국생활안전연합 등 의료계, 시민단체, 전문가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공청회는 뜨거운 열기를 반영하듯 예상 시간보다 무려 한 시간 가량 지연됐다. 또, 시민 단체와 의료계, 정부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함을 분명히하는 자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