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암치료 간염검사, 왜 필요할까요? 감염내과의 필요성 정리
- 2026-10-07
NOTE BY 한림병원
지난 회에 저희는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가 끊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회부터는 그 주장의 근거를 하나씩보여드리겠습니다.
암 진단 뒤 첫 치료 계획을 세울 때면 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갑니다.
대부분의 경우 B형간염과 항암 치료가 왜 한 자리에서 이야기되는지는 잘 연결하지 못하십니다.
그러나 암을 치료하다가 간염 때문에 치료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 글은 간염과 감염내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간염과 항암이 왜 한 자리에서 나오는지, 잘 연결되지 않는 이유
암 진단을 받고 나면 대부분 검색부터 하십니다. 그러다 "B형간염 재활성화"라는 낯선 말을 만나고, 치료 중에 간이 망가질 수 있다는 글을 읽고 겁을 먹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어릴 때 예방접종을 했고,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늘 정상이었으니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넘기시는 분들입니다.
두 반응 모두 이해가 갑니다. 혼란의 뿌리는 같습니다. 간염을 간의 병으로만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간염 바이러스는 간에서 병을 일으키지만, 그 바이러스가 몸에 머무는 방식은 간 수치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금 간이 건강하다는 것과, 몸 안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예요. 그래서 암치료 간염검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항암 치료는 바로 그 "남아 있는 것"을 건드립니다. 이 연결 고리를 알고 나면, 왜 암 치료의 첫 단계에 간염 검사가 놓이는지가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항암 치료가 조용히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를 깨우는 원리
완치된 줄 알았던 간염이 남기는 흔적
B형간염 바이러스는 한 번 몸에 들어오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의 면역이 바이러스를 억누르고, 간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검사에서 항원이 사라져도, 간세포 안에는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가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흔적을 가진 분이 유독 많습니다. 성인의 B형간염 보유율은 3% 안팎으로 알려져 있고, 50대 이상에서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었다가 지나간 흔적, 즉 항체만 남은 분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보고됩니다.
이분들은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면역이 바이러스를 감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면역의 감시가 풀리는 순간
항암 치료는 암세포를 공격하지만, 그 과정에서 면역세포도 함께 억눌립니다. 특히 림프종이나 백혈병 치료에 쓰이는 일부 표적 약제, 그리고 고용량 스테로이드는 바이러스를 감시하던 면역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시가 풀리면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을 시작합니다. 이것을 재활성화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증식한 바이러스에 면역이 뒤늦게 반응하면 간에 급성 염증이 오고, 간 수치가 치솟습니다. 이 상태에서 항암 치료를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예정된 차수가 미뤄지고, 심한 경우에는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전에 말씀드렸던 신장 이야기와 구조가 같습니다. 암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암 치료를 받아내는 몸에서 치료가 끊기는 겁니다. 다만 신장과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간염 재활성화는 치료 전에 미리 알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만성 B형간염에서 바이러스 활성도와 ALT 변화의 개념적 경과
치료 전에 확인하는 것들
그래서 항암 치료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저희는 혈액 검사로 세 가지를 봅니다. 지금 바이러스가 있는지(표면항원), 과거에 감염된 흔적이 있는지(핵심항체), 면역이 있는지(표면항체)입니다. C형간염 항체도 함께 확인합니다.
결과에 따라 길이 갈립니다. 바이러스가 있는 분은 항암 시작 전에 항바이러스제를 먼저 시작합니다. 흔적만 남은 분은 어떤 항암제를 쓰는지에 따라 예방약을 미리 드시거나, 치료 기간 내내 수치를 추적합니다. 아무 흔적도 면역도 없는 분은 상황에 따라 예방접종을 고려합니다.
C형간염은 조금 다릅니다. 재활성화의 양상이 B형만큼 급격하지는 않지만, 요즘은 먹는 약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라 암치료 간염검사 일정을 정해 언제 치료할지를 함께 정합니다.
예방약을 먹는다고 끝이 아닌 이유, 그리고 감염내과가 함께 보는 것
암치료 간염검사 결과가 같아도 처방이 같지는 않습니다. 기준은 항암제의 종류와 강도입니다.
면역을 강하게 억누르는 약제를 쓰는 분에게는 흔적만 있어도 예방약을 권합니다. 반면 면역 억제가 약한 치료를 받는 분은 예방약 없이 정기 검사로 지켜보는 쪽이 맞을 수 있습니다. 필요 이상의 약을 드리는 것도, 필요한 약을 빠뜨리는 것도 저희가 피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판단은 감염내과 혼자 내리지 않습니다. 어떤 항암제를 몇 차수나 쓸 계획인지는 혈액종양내과가 알고, 그 약이 바이러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감염내과가 압니다. 두 정보가 만나야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간염은 감염내과가 암 치료에서 맡는 일의 한 부분입니다. 항암 치료는 몸의 방어를 낮추는 치료이기 때문에, 방어가 낮아진 몸에 무엇이 들어올 수 있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피는 과가 필요합니다.
치료 전에는 잠복결핵처럼 몸에 잠들어 있는 다른 감염이 있는지 확인하고, 항암 중에는 맞아야 할 예방접종과 피해야 할 예방접종을 가립니다. 백혈구가 떨어진 시기의 발열은 몇 시간을 다투는 문제라, 그 판단도 감염내과의 몫입니다. 어느 항생제를 얼마나 쓸지, 항암 주사를 위해 삽입한 관에 감염이 생기지는 않았는지도 함께 봅니다.
이 일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암을 직접 치료하는 일은 아니지만, 이것이 무너지면 암 치료가 멈춘다는 점입니다.

치료가 끊기지 않으려면, 검사가 먼저 와야 합니다
암 치료의 출발점은 어떤 약을 쓸지가 아니라, 이 몸이 그 약을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간염 검사는 그 확인의 첫 항목입니다. 결과를 모른 채 치료를 시작했다가 중간에 간 수치가 올라가면, 그때는 항암을 멈추고 간부터 다스려야 합니다. 검사 한 번이면 막을 수 있었던 공백입니다.
한림병원에서는 항암 치료 계획 단계에서 간염 검사가 함께 이루어지고, 결과에 따라 감염내과 협진이 시작됩니다. 혈액종양내과와 감염내과는 같은 진료 기록을 보고 있습니다. 항암제의 종류와 일정, 바이러스 검사의 추이가 한 화면에 있고, 감염내과의 판단은 다음 차수의 결정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간에 이미 염증이 진행된 경우에는 소화기내과가 이 협의에 들어옵니다.
만약 과거에 간염을 앓았거나 가족 중에 보유자가 있다면 첫 진료에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본인의 치료 계획에 간염 검사와 감염내과 협진이 어떤 시점에 들어가는지는 진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NEXT NOTE 다음 연재 예고
다음 화에서는 항암 치료 중 신장 수치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항암에서 신장이 왜 중요한지 신장내과란 어떤 곳인지 함께 전달드리겠습니다.
※ 본 글은 한림병원 의료진의 감수를 거쳐 작성되었으며, 일반적인 안내로서 개별 환자의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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